대도구 외에도 다른 여러 가지 도구들이 책을 만드는데 각자의 몫을 한다. 이들 도구가 없어도 책을 제대로 못 만들어내는 것은 당연하다. 지금부터는 네 가지로 분류 해둔 소도구에 대한 소개를 하도록 하겠다.
1. 스테플러
이 책의 소책자 버전 및 기존에 책을 출판했을 때 제본도구로서 활용했던 것이 사무용품의 감초, 스테플러 되시겠다.
사무용이나 대학생들이 쓸 때나 가장 흔히 쓰는 것은 이 “33호” 스테플러일 것이다. 33호 스테플러는 폭이 1.2cm, 두께가 0.5cm로서 최대 25장까지 종이를 엮을 수 있다.
스테플러에 대해서 문구류 사이트를 여럿 뒤져보니까 다양한 스테플러들이 도무지 내 눈을 떼지 못하게 했다. 크기와 모양도 가지각색이고 휴대용으로 쓰기 좋은 미니 스테플러, 팔 힘을 들이지 않고 말끔하게 종이를 엮을 수 있는 자동 스테플러, 심지어는 종이 한 가운데에 침을 박을 수 있는 회전식 스테플러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가장 흔하고 쓰기 쉬운 33호 스테플러를 주로 쓰는 편이다. 다른 스테플러들이야 탐이 나기는 하지만 아직까지 필요하지는 않다. 이 글의 소책자 버전을 찍을 때도 마찬가지로 이 스테플러를 쓸 것이다.
그런데 요 근래 30장 이상의 종이를 엮을 일이 생겼다. 30장 이상은 33호 스테플러로 엮기에도 열 제본을 하기에도 애매모호한 분량이다. 필자가 현재 가지고 있는 열 제본 표지가 최대 50장을 제본할 수 있는 것이라, 30장을 제본할 경우에는 표지와 속지 사이가 헐거워져서 제대로 제본이 안 된다. 그래서 최근 <화신공업>에서 생산한 제본 전용 스테플러인 <WS-113> 모델을 구매했다.
이 스테플러의 경우 기존의 33호 침뿐만 아니라 <화신공업>에서 생산한 “13호” 세트라고 하여 제본용 침을 따로 넣어서 쓸 수가 있다. 13호 제본용 침은 두께가 8mm에서 최대 40mm까지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다.
2. 제본테이프(제본띠)
제본테이프는 스테플러 제본에 자주 쓴다. 스테플러로 그냥 박아놓기만 하면 모양새가 좋지 않기 때문에 제본테이프로 깔끔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다. 지난 10월 열 제본을 했을 때도 제본테이프가 필요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모양을 내기 위해 제본테이프를 쓰기도 했다.
필자만의 경험인지는 모르겠지만 문구점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제본테이프가 <레이테크(LATECH)>사에서 생산한 <제본라벨>일 것이다. 사진에서는 빨강, 파랑, 검정, 노랑의 왼쪽 네 테이프가 <레이테크>에서 생산한 제품들이다. 오른쪽의 흰색 제본테이프는 <세모네모>에서 생산한 제본테이프인데, 사실 이 제본테이프는 대학동 광장문구에서 샀음을 밝히는 바이다. 제본테이프는 폭 2.5cm에 길이 10m를 기준으로 대략 2500원 정도에 구매할 수 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색깔별로 다채롭게 제본테이프를 구매하는가 하고 의문을 표하실 분이 분명 있으실 것이다. 허투루 사 모으는 것은 아니고 색깔별로 다 용도가 있다. 이는 필자가 책을 펴 낼 때의 방식과 관련되어있다. 필자는 처음에 완성한 초고를 펴낼 때 항상 검은색 제본 테이프를 사용한다. 초고에서 오탈자내지는 수정할 부분을 고치고 두 번째로 “재고”를 펴내는데 이때는 빨간색 제본 테이프를 사용한다. 이렇게 두 번의 수정을 거친 뒤에 잠정적으로 완성된 “삼고”를 펴내는데 이때는 파란색 제본 테이프를 사용한다.
노란색 제본테이프의 경우에는 위에서 언급한 초고-재고-삼고의 과정과는 별개로 펴내는 책들을 펴낼 때 사용한다. 흰색 제본테이프의 경우에는 잠정 완성된 “삼고”에서 더 나아가 최종적으로 완성된 책을 펴낼 때 사용한다.
제본테이프 별로 사람들에게 공개되는 양상도 다르다. 검은색과 파란색의 초고 및 삼고의 경우 나와 가장 친한 지인들은 하나쯤 다 갖고 있다. 초고는 수정 및 평가를 부탁한다는 의미에서, 삼고는 수정된 것을 다시 보여준다는 의미에서 친한 지인들에게 준다. 빨간 제본테이프의 재고는 혼자서 보고 수정하기 위한 용도이기 때문에 필자 외에는 누구도 가지고 있지 않다. 최종적으로 완성이 되었음을 뜻하는 흰색 제본테이프를 바른 책의 경우에도 일단은 필자 혼자서 소장하기로 규칙을 정해두었다.
노란색 제본테이프의 경우 친한 지인들뿐만 아니라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글을 보여줄 때 사용한다. 때문에 발표 시 핸드아웃 용으로 배부될 이 책의 소책자 버전의 경우에는 노란색 제본테이프를 사용하게 된다.
사실 위와 같은 빨강, 파랑, 검정, 하양, 노랑의 색깔 구성으로 제본테이프를 꾸린 데에는 이유가 있다. 쉽게 구할 수 있는 색상들일뿐만 아니라 다섯 색깔이 동양에서 이른 바 “오행”을 뜻하는 색깔이기 때문이다. 좌청룡, 우백호, 남주작, 북현무, 그리고 한 가운데 노란색의 황제(혹은 인간)를 생각하면 오행과 오색이 잘 맞아떨어질 것이다. 그냥 그렇다. 이 이상의 깊거나 심오하거나 철학적인 의미는 없다.